세계의 잊혀진 언어와 문자

인공지능과 언어 복원, AI는 잊혀진 언어를 어떻게 되살리는가?

소멸언어탐험가 2025. 5. 22. 14:04

인공지능과 언어 복원, AI는 잊혀진 언어를 어떻게 되살리는가?

인공지능과 언어 복원

인간 지성의 마지막 퍼즐, 잊혀진 언어

인류 문명의 발전은 곧 언어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껏 수천 개의 언어와 문자가 생성되었고, 그중 상당수는 사라졌거나 해독되지 못한 채 박물관과 유적지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고대 수메르의 쐐기문자나 이집트의 상형문자는 이미 해독에 성공했지만, 아직도 에트루리아어, 인더스 문자, 라롱고 문자 등 수많은 언어는 ‘읽을 수 없는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인공지능(AI)**은 이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인간 언어의 구조와 패턴을 학습하는 AI는 과연 고대 언어 복원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AI 기술이 잊혀진 언어와 문자를 어떻게 분석하고 복원하는지, 그리고 그 가능성과 한계를 심도 있게 살펴봅니다.


언어 복원, 왜 어려운가?

잊힌 언어의 복원은 단순한 번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독되지 않은 문자는 대개 다음과 같은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 이중 비교 자료의 부재: 로제타 스톤처럼 동일한 내용을 다른 언어로 병기한 기록이 없다.
  • 언어 화자 소멸: 해당 언어를 사용했던 공동체 자체가 오래전에 사라졌다.
  • 문법적 단서 부족: 단어와 문장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 문자의 정체성 불명확: 해당 문자가 음소 문자인지, 음절 문자인지, 표의 문자인지조차 파악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을 기존의 인간 중심 언어학으로만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새로운 도구, AI를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의 개입: 패턴 인식에서 언어 해독까지

1.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으로 패턴 분석

AI의 가장 큰 강점은 데이터 기반의 패턴 인식 능력입니다. 고대 문서에 등장하는 기호들의 반복 양상, 문맥 상 위치, 주변 기호와의 관계 등을 수백만 개의 조합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CNN(합성곱 신경망)이나 RNN(순환 신경망)을 사용하면 이미지 속 문자의 형태적 유사성이나 반복성을 정량화하여 의미 단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MIT와 Google Research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AI가 **이베리아 반도의 잊혀진 문자(Ventris-style Linear A 추정)**에 대해 인간보다 빠른 시간 내에 60% 이상의 패턴 유사도를 도출하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2. 번역 모델 활용

OpenAI의 GPT나 Google의 T5 같은 자연어 처리(NLP) 모델은 다국어 학습을 통해 언어 간의 구조적 차이를 이해하도록 훈련됩니다. 이러한 다언어 모델은 아직 해독되지 않은 언어와 기존 언어의 구문 구조 유사성을 비교하여 의미를 예측하거나, 번역 후보를 생성하는 데 사용됩니다.

예컨대, Linear B가 고대 그리스어와 어느 정도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을 AI가 학습하면, 그 예측 정보를 바탕으로 단어별 대체 번역 후보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 AI가 복원에 기여한 언어들

1. Linear B

Linear B는 크레타 섬과 그리스 본토에서 사용되던 미케네 문명의 문자입니다. 1950년대 마이클 벤트리스가 해독에 성공했지만, 최근에는 AI가 단어 빈도, 어근 변화, 접미사 패턴 등을 자동 분석하여 벤트리스의 연구를 보완하고 정확도 검증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2. 우가리트어(Ugaritic)

우가리트는 고대 시리아 북부에서 발견된 도시로, 고유 문자를 사용했습니다. AI를 이용한 형태소 분석은 이 언어의 동사 활용 패턴과 어근 추적에 큰 도움이 되었으며, 성서 히브리어와의 비교 분석도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3. 마야 문자

마야 상형문자는 한때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으나, 현재는 약 80% 이상 해독되었습니다. AI는 남은 미해독 문자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형 기호를 클러스터링 하여 문장 내 문법 구조를 예측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 언어학자들의 검토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AI가 복원 가능한 이유, 알고리즘의 진화

1. Transformer 기반 언어 모델의 등장

GPT, BERT, LLaMA 등으로 대표되는 Transformer 모델은 문장의 앞뒤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언어 구조를 파악합니다. 이 기술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언어 복원에 유리합니다:

  • 의미 단위 파악: 기호의 위치와 앞뒤 문맥을 종합 분석해 의미 단위를 도출.
  • 다언어 통합 학습: 수백 개 언어를 동시에 학습함으로써 언어 간 패턴을 교차 비교 가능.
  • 미지의 언어 구조 예측: 기존 언어들의 통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독되지 않은 언어의 구문 구조 예측 가능.

2. 이미지 인식 + 언어 분석 통합 기술

해독되지 않은 문자는 종종 그림처럼 새겨져 있기 때문에, 문자 인식(OCR)과 시각적 분석 기술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이미지 속 문자의 모양, 각도, 쓰기 순서 등을 분석하는 AI가 등장해, 기존의 언어 AI와 결합되어 더욱 정확한 문자 복원이 가능해졌습니다.


한계와 윤리적 고민, AI가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까?

물론 AI의 능력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 데이터 부족: AI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잊힌 언어는 샘플 자체가 희박합니다.
  • 문화적 오독 가능성: AI는 문맥보다는 통계적 가능성에 의존하므로, 문명의 가치와 철학을 오독할 위험이 있습니다.
  • 소수 언어의 상업화: 일부 기업이 AI 기술로 복원한 언어를 독점하려는 시도는, 지적 자산과 문화 유산의 소유권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가 언어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하되, 인간 전문가와 협업하는 방향,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동의를 얻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윤리적 기준도 중요합니다.


AI와 인간의 협업, 잊힌 언어의 부활을 이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잊혀진 언어를 복원하고, 사라진 문명을 다시 세상으로 불러오는 동반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 혼자서는 완전한 해독이 어렵습니다. 언어는 단순한 기호의 조합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감정, 문화가 결합된 유기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AI라는 강력한 기술을 ‘도구’로 삼되, 그 중심에는 사람과 문화, 공동체의 가치를 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잊혀진 언어는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지식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